나가다는 말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1. 일정한 지역이나 공간에서 그 안에서 밖으로 이동하다. 2. 앞으로 움직이다. 3. 하던 일을 계속해나가다. 등이 있다. 그럼 허리가 나가다는 왜 나갔다고 하는 것일까? 허리만 놓고 생각하면 디스크가 빠지는 걸 보고 나갔다고 할 법한데, 우리는 무릎도 나가고 어깨고 나가고 목도 나간다. 그러고 보니 관절 쪽에 주로 나간다는 말을 쓴다는 걸 알 수 있다.
숙여서 무언가를 하다가 허리가 나가다.
어쨌거나, 오늘 지지할 곳이 안정적이지 못한 공간에 올라 서서 벽에 붙은 뭔가를 잡아떼는 일이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이때 허리에 무리가 갔나 보다.
전날 밤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 잠을 설친 것도 한 이유가 될 것이다. (뒷목이 뻐근해서 목을 뒤로 젖히면 평소보다 더 목살이 뻣뻣하게 느껴졌다.)
그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무릎 높이로 몸을 숙여서 긴 물건을 이동시키다가 순간 허리가 뜨끔. 뜨끔이라기 보다 뭔가 서늘한 바람이 빠르게 훑고 지나가는 듯한, 혹은 허리에서 뭔가가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났다.
너무 놀라 숨이 멎을 정도였다.
꼼짝을 못하고 엉거주춤 선 채로(서지도 앉지도 못하고 그 자세 그대로) 있다가 수십 분이 지나고 겨우 움직일 수 있었다.
응급처치로 사온 편의점표 멘소래담
4700원인가 주고 편의점에서 멘소래담을 샀다. 직접 가지 못하고 부탁해서 사 와서 좀 뿌려달라고도 했다. 너무 차가운 게 몸에 뿌려지자 느낌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제발 효과가 있기를 바라며 참았다.
결론적으로는 상태 호전에 도움이 되진 않았다. (개인적인 경험담)
자기 비난이 시작되다.
※ 주의 ※ 배불뚝이 아재 사진 있음.
사진에서와 같이 현재 내 몸은 비만이다. 혼자서 알고 있던 비만을 온라인 공간에 비만이라고 적으니 왠지 얼굴이 붉어진다. 비만도 비만이지만 배가 주체가 안될 정도이다. 여기서 조금 더 쪘을 때도 있는데, 그때는 복부 쪽에 통증이 있었다.
내과에서 초음파 검사로 복부검사를 해봤지만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지방층 때문에 의사 선생님이 초음파 기계를 힘줘서 밀어 댔다.
바로 어제 아이에게 읽어준 황소 크기를 따라하다 배가 터져버린 어리석은 아빠 개구리가 바로 나였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마음이 커져갔다. 모든 게 내가 평소 몸 관리를 안 해서 터진 일 같았다.(마음속에선 이미 디스크 탈출)
정형외과 진료 - 결론적으로는 도움이 되었다.
거래처에서 오후 4시 넘어 미팅이 있어서 참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병원에 갔다. 제발 큰 이상 없기를 바라며.(이 때만해도 분명 큰 문제가 생긴 것만 같았다.)
의사라고 별 수 있나, 말로만 들어서는 알 수 없기에 일단 X-ray 촬여을 했다.
허리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겠는데 물품 보관함은 저~ 바닥에 있었다. 끙끙거리며 내려놓고 벽 짚고 일어서서 촬영대에 누웠다. 사무적이다 못해 건조하기까지 한 직원의 응대에 기분이 나쁠 만도 했지만 내 몸 걱정이 먼저라 그냥 지나갔다.
투덜거림은 몇 번 더 있었지만 여기서 딱 한번만 말하자면,
서울과 지방의 의료 수준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개인이 평가하는 거니 그냥 웃고 넘기시면 되지만 선진국이랑 서울 의료 수준이 차이 나는 거만큼 서울과 지방의 차이가 난다고 본다.
하지만 더 큰 차이는 뭔지 아는가? 의료진의 애티튜드다. 언젠가부터 연예계에서 잘 쓰이는 말인데, 에티튜드란 말이 어울린다. 의료도 산업이 고도화 될 수록 서비스업으로 바뀌어 가는데 서비스에 대한 마인드도 그 격차가 크다.
각설하고,
세상에 천만 다행으로, 사진상으로는 큰 문제가 안 보인다고 했다. 아마 근육이 놀란 것 같다고 주사 치료를 하자고 했다.
당연히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돌아섰다가 관리중인 지병이 있어 말씀드리고 스테로이드제는 제외했다.
정확히는 카운터에서 간호사가 주사에 대한 안내문을 건네주던데 거기에 적힌 내용을 보고 다시 의사에게 말해서 제외시켰다. 약도 좀 약한 걸로 처방한다고 했다.
- (아마도) 내시경을 통해 정밀하게 근육과 신경에 약물을 주사하는 치료
- 기본적인 물리치료 - 몸이 움찔움찔 거리는 고주파 치료 / 온열 치료
- 사람이 직접 해주는 수기치료 - 허리부분으로 가면 몸이 자연스레 움츠러들어서 조심스럽게 받음
다녀온 경과
일단, 심리적으로 안심이 되었다. 의사가 큰 문제는 없어 보이다니 당장 디스크가 터지거나 빠져나오거나 기타 등등의 정말 힘든 경우는 아니라는 거니까. 어쩔 수 없지만 이래 되자 '큰 문제없는데, 의지가 좀 부족하시네요'로 들리기 시작했다.
평소에 운동 좀 챙겨하라는 말과 함께.
주사치료를 받아도 더 아프거나 좀 시원해지거나 통증이 해소되는 느낌은 없었고 (이게 스테로이드가 빠져서인지는 모르겠다) 집에 와서는 오히려 더 힘들었다. 한번 누워봤는데 확실히 눕는게 통증도 없고 좋았다. 하지만 일어나려 하니 몸을 어느 방향으로 굴려봐도 일어날 수가 없었다. 템퍼 페딕을 밑에 깔판을 깔고 그대로 쓰기 때문에 거의 바닥 생활이라고 봐야 한다. 병원 침대처럼 무릎 아래 부분을 먼저 내려서 걸터앉을 수가 없으니 허리 힘으로 몸을 일으켜야 했다.
십여분을 굴러다녀서야 겨우 무릎 꿇고 앉을 수 있었다. 그 상태에서 다리 힘으로 최대한 허리에 힘이 안가게 용을 써서 일어났다. 화가 났다. 주사도 맞고 약도 먹었는데 이게 뭐야 싶었다.
우리한 통증에 잠이 안올거 같았지만 곧 잠들었다.
자고 일어나서 다시 컴퓨터 앞에 앉기까지 힘들었지만 잠들기 전과 비교해보니 훨씬 수월해졌다.
의자에 앉아 있어도 견딜만 하고 일어날 때도 통증은 있지만 어찌할 바를 몰랐던 처음과는 달랐다.
확실히 효과가 있다.
앞으로, 그리고 아프면서 깨달은 점
아파보니 그리고 허리를 못써서 다른 신체 부위, 다리나 팔로만 몸을 움직여보니 드는 생각이 있다. 척추 기립근인가, 내가 지금 아픈 이 부위가 평소에 얼마나 하드코어적으로 열심히 일을 하는지. 잘 챙겨줘야 하고 부담을 줄여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전부터 몸이 이상태로는 안된다고 느껴 왔지만 이번 일이 스타트를 끈을 계기로는 충분하다.
통증이 좀 더 줄어들고 나면,
걷기부터 시작해서 몸을 평소에 꾸준히 써줘야겠다. 안티 요가를 지향해 스트레칭이라는 담쌓고 살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평소 관리가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몸이 먼저 느낀다. 좀더 젊을 때는 아무 문제없던 곳들이 쉽게 고장 난다.
다시 한번 내 몸에서 열 일하고 있는 수많은 세포들, 장기들, 근육들, 신경들, 호르몬들, 미생물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앞으로는 같이 잘 살기 위해 신경 써서 몸 관리를 해 볼 생각이다.
배불뚝이 사진을 공개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조금씩 나아져 가는 모습을 기록하려 한다. 아직은 특별히 PT를 받거나 홈트를 한다거나 할 계획은 없지만 걷고, 달리고, 스트레칭하는 걸로 시작이다.
몇 개월 뒤, 몇 년 뒤 달라진 모습을 올리며 와~ 예전에 내 몸이 저랬어? 하고 웃을 수 있기를.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리가 나갔다 (1~2일차) (0) | 2022.08.31 |
---|---|
폴드3 올갈이를 위한 삼성 스마트 스위치 백업 (0) | 2022.08.31 |
남산에서 나왔다. 이 새X야 / 배우 전혜진 (0) | 2022.08.28 |
그래비트랙스 : 스타터팩 (0) | 2022.08.27 |
걷기만 해도 돈이 된다! 스마트폰 만보기 어플 추천 (0) | 2022.08.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