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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재난, 그 이후 / 셰리 핑크 (애플TV+ 시리즈 원작)

by 허니꿀 2022.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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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이 붕괴된 사회서 삶과 죽음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정부 및 기관의 무능력으로 인재가 되어버린 허리케인 카트리나. 폭풍으로 고립된 병원의 환자들은 왜 방치될 수밖에 없었는가? 왜 생명의 우선순위가 한 의사의 손에 좌우되었는가?

 

작가 : 셰리 핑크

퓰리처 상을 수상한 본인의 기사 'The Deadly Choices at Memorial'에 6년에 걸친 500번의 인터뷰 내용을 더해 내놓은 책이다. 퓰리처 상, 내셔널 매거진 상, 오버시즈 프레스클럽 로웰 토머스 상 등을 수상한 의학 전문 기자이다. 스탠퍼드대에서 의학박사 및 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 재난 및 분쟁 지역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팬데믹 : 발병을 예방하는 방법'에도 제작에 참여했다. 기막힌 우연으로 이 다큐멘터리는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할 즈음 첫 방송을 시작했다. 셰리 핑크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예상만으로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고 이를 현실로 받아들이게 하는 건 매우 어렵다고 했다. 우리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어느 정도는 경각심을 깨우치게 되었을까. 

 

그리고 바로 내일 (2022/08/12) '재난, 그 이후'가 애플TV+ 에서 방영된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당시 홍수로 물이 차오르고, 열기가 치솟고, 전력이 끊긴 메모리얼 병원(서던 뱁티스트 병원의 바뀐 이름이다)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 시리즈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도 바로 직전에 많은 비에 도로는 물에 잠겨버렸고 많은 재산피해와 인명피해를 내고 있다. 병원에서처럼 더 약한 사람일수록 더 쉽게 희생된다. BBC에서는 'Banjiha'라는 단어를 써 우리의 비극을 기사화했다.

 

인상 깊었던 대목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기도 하고 혹시라도 애플TV+의 '재난, 그 이후'를 시청하게 될 사람들을 위해 자세한 내용은 적지 않겠다. 

그 외에 인상깊었고 생각해 봐야 할 점들을 이야기해보겠다.

  • "우리 가운데 상당수는 직업윤리보다는 오히려 의료에서의 사업적 동기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더 힘들었습니다."
    비영리 기독교 병원이던 서던 뱁티스트 병원은 급속도로 상업화되는 환경에서 경쟁해야만 했다. 의사들은 생명을 살리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행정가들의 지시에 따라야만 했다. 
  • "우리에게는 죽을 의무가 있다. 그러니 온갖 기계와 인공심장과 기타 등등으로부터 벗어나, 다른 사회가 즉, 우리 아이들이 온당한 삶을 건설하도록 하지."
    이동식 충격 장치의 등장과 집중치료 진료가 확장되면서, 병원들은 아픈 환자를 더 오래 살려놓는 일에 익숙해졌다.
  • 위와는 반대로 생명을 연장할 수도 있는 새로운 치료를 환자가 받지 못하게 한다는 건 자본주의에도 좋지 않다. 앞으로 달에도 갈 것이다. 그런데 왜 암 치료나 사망자 부활은 안 된단 말인가?
  • 환자 담당 관리자들은 이제 매월 예산과 생산성 목표를 받게 되었고,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견책을 받았다. 목표를 달성해봤자 돌아오는 보상이라고는 점점 더 빠듯한 예산뿐이었다.

전반적으로 암울한 내용인데 단 한순간 속으로 만세를 부른 장면도 있다.

인큐베이터에 들어 있던 신생아를 헬길로 대피시켜야 하는데 헬기에는 생명 유지 장치를 실을 수가 없었다. 의사는 계속 갈등하지만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아니면 헬기는 떠나거나 다른 환자를 실어 날라야 했다. 의사는 아이를 안고 손으로 산소 공급장치를 빠르게 눌렀다. 심지어 헬기는 바로 목적지에 가지도 못하고 급유를 위해 착륙한다. 난 이때까지만 해도 아이는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아이는 생존했고, 의사는 비록 계속된 손동작으로 팔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아팠겠지만 굉장히 기뻤으리라. 약하디 약한 아이지만 살고자 하는 의지는 강했다. 

 

일반적으로 응급상황에서는 위급환자를 먼저 돌본다. 하지만 메모리얼 병원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아이가 있는 집이면 이해 갈 법도 한데, 차량 뒤에 '아이 먼저 구해주세요. 혈액형 A' 이런 식의 문구를 본 적 있는가. 사고가 나서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때, 부모와 아이 중 누구를 먼저 구해야 할지 고민되는 순간이 오면 아이 먼저 구해달라는 말이다. 마음은 백번 이해가지만 이 또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부모 자식 간은 참 어렵다. 부모의 선택으로 아이까지 동반 자살(살해)하는 경우도. 

 

남겨진 환자는 제일 위태하고 그중에서도 뇌사 판정(심정지) 시 생명유지 장치를 통한 생존을 바라지 않음 (비슷한 맥락의)에 서명한 환자들이었다. 이 부분의 해석이 의사들의 결정에 큰 갈림길이 되었다. 

지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자기 같아도 다른 사람을 살릴 확률이 높으면 그 사람들 먼저 보냈을 거라고 했다. 난 남겨진 사람들 마음이 궁금하다. 그들은 어땠을까. 생명유지장치 거부가 구조 순위에서 밀려도 된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을까. '난 틀렸어. 먼저 가'와 같은 생각이었을까.

 

보스턴 리걸 시즌3에서 해당 사건을 주제로 한 화가 있는데, 최후의 변론에서 이렇게 말한다. 

 

모두가 허리케인을 피해 떠났을 때도 그녀는 그곳에 남았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환자 곁을 지키고 돌보며 그들이 좋게 잠들 때까지 옆에 있어줬다.
잔혹하고 이례적인 환경에서 그녀의 행동은 인도적(humane)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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