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이 쏟아지는 듯한 밤하늘을 보고 싶었다. 마침 4월부터 황매산에 오르면 은하수도 볼 수 있다는 글을 보고 무작정 떠나기로 결심했다. 철저한 준비 없이 떠난 좌충우돌 황매산 탐방기.
1. 황매산 철쭉 축제
2024년 4월 27일 (토)부터 5월 12일 (일)까지는 황매산 철쭉축제 기간이다. 이 기간에는 주말에 많은 등산객이 몰려 새벽 6시에 이미 정상 주차장이 만차라느니 주차장까지 2시간이 걸린다느니 말이 많았다.
황매산은 예전에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2년 정도 전이라고 생각했는데 기록을 찾아보니 벌써 4년 전이었다.. 그때는 인근 합천 캠핑장에서 캠핑을 즐기고 억새가 유명하다는 황매산을 꼭 가보고 싶어서 올랐었다.
정말 한참을 줄을 서서 겨우 주차를 하고, (아마 은행나무나 제2 주차장쯤 됐을것이다.) 억새를 보러 갔었다.
이번에는 그런 불상사를 막고자 토요일 밤 10시에 출발하여 12시쯤 도착, 두시정도까지 별을 볼 생각이었다.
11시에 만차?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2024년 4월 28일 (일)은 널널했다.)
그런데 한 블로그에서 22년도에 우리랑 비슷한 일정으로 황매산을 방문하였으나 정상주차장이 이미 만차라 갓길에 주차했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또잉.. 뭐라고? 안 막히고 최대한 정상주차장까지 가고자 하는데 11시 만차라고라?
황급히 일정을 당겨 8시 출발 10시 도착을 목표로 움직였다. 가는 길은 그렇게 힘들거나 어둡지는 않았다. 퇴근박으로 다져진 야간 어두운 길 운전실력인가!
그렇게 황매산 매표소 (입구)에 도착했고 거기서 한참을 더 올라가서 정상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때가 밤 10시 20분 정도였는데 걱정과는 달리 주차장에 빈자리가 많았다. 자리가 많다 보니 이젠 또 다른 고민. 어디가 좋은 자리인가.
일단 화장실에 너무 딱 붙는 거는 피하고 그래도 같은 층에 있는 게 좋을 거 같아 상단에 주차했다. 정상주차장은 상, 하단으로 나뉘어 있다. 상단에서 한 번 더 올라가면 행사장이랑 황매산으로 올라가는 입구가 나오고 하단 쪽으로 내려가 개울을 건너면 제1철쭉 군락지와 연결된다.
다시 주차장 이야기로 넘어와서, 왜 이렇게 차이가 났냐를 생각해 보면, 이번주는 작년과 달리 철쭉이 개화가 10~20%밖에 안된 상태였고 또 다른 방문 목적인 은하수 촬영에도 좋은 날이 아니었기 때문인 듯싶다.
https://www.hc.go.kr/09418/09425/09427.web
황매산 철쭉 개화현황은 황매산 군립공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마 이번 주말이 절정을 이루고 심지어 어린이날, 대체공휴일 연휴 콤보에 은하수 촬영에 적기인 그믐이 5월 8일로 5월 5일~11일까지 겹쳐 난리 북새통을 이룰 거다.
하지만 5월 5일부터 비소식이 있어 캠핑장 양도글도 엄청 올라오고 있어서 어찌 될는지~
좀 이르긴 했지만 다음날 철쭉을 둘러봤는데 1 군락지는 제법 펴서 보기가 좋았다. 아이와 함께 전날 밤부터 강행군을 해왔기에 다시 산을 올라가지는 않고 아래쪽에서 부채랑 모자 만들기 참여부스에서 만들기 하며 시간을 보냈다.
산이라 그런지 거의 대부분 어른들이었지만 간혹 가족단위로 오는 분들도 있어 이런 참여 부스가 있는 게 좋아 보였다.
2. 황매산 은하수
별생각 없이 별 보러 가겠다는 생각만으로 출발한 우리. 멍청하기 그지없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다. 달은 매일 같은 시간에 뜨고 지는 게 아니라 그 시간이 매일 바뀌는데 우리가 갔던 날은 나중에 찾아보니 11시 30분쯤 월출이라고 되어 있었다. 근데 일반적으로 은하수가 잘 보이는 12시에서 2시 사이에 산을 올라가겠다고 한번 잠에서 깨서 잘 자지도 못하는 아이를 마사지까지 해가며 다시 재웠다.
그리고는 3시경에 일어나서 산에 올랐는데, 달이 중천에 떠 있었다. 하하.. 보름달에서 조금 기울어지긴 했지만 어찌나 밝은지 랜턴이 거의 필요가 없었다. 블로그에는 랜턴을 비추면 사진 찍는 사람들이 싫어한다고 해서 최대한 바닥만 비추고 갔었는데 나중에 필요가 없었다. 그만큼 달이 밝았고 상대적으로 별빛을 희미해져 갔다.
https://astro.kasi.re.kr/life/pageView/7
한국천문연구원 사이트에서 확인해 보면 5월 8일이 달이 거의 사라지고 월출도 오전 5시경이다. 이럴 때 갔었어야 했는데 날을 잘못 잡았다. 이번 기회에 하나 배웠으니 다음에는 더 잘 볼 수 있겠지.
낮기온 27도 밤기온 9도
그렇다고 다 실패만 한 건 아니다. 날씨는 우리를 도왔는데 너무 따뜻해서 옷만 좀 껴입어도 새벽에 돌아다니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일출까지 기다리는 데 너무 추웠다거나 은하수 촬영할 때 힘들었다는 말이 많았는데 그날은 쾌적한 편이었다.
3. 황매산 일출
2 군락지 쪽에 있는 국민일출 포인트가 아닌 정상주차장 행사장에서 일출 보기
마음 같아서는 국민일출 포인트라는 곳까지 이동하고 싶었지만 아이가 진작부터 힘들어했고 어딘가 멈춰서 다른 걸 하고 싶어 했다. 목적지까지 묵묵히 걷기만 하는 건 아직은 일렀다. 분명 4살 때는 산도 더 잘 타고 계곡도 잘 다녔는데 몇 살 더 먹더니 황매산 중턱 정도 가니 다리가 아파서 못 가겠다고 했다.
아! 참고로 정상주차장에서 15분 정도 올라간 위치였다. 경사가 조금 있긴 했지만 벌써 지쳐해서 속으로는 약간 실망했다. 난 최소한 황매산성까지는 가고 싶었다.
더 이상 올라가는 건 무리다 싶어 내려가다가 누워서 하늘을 보며 별 이야기를 더 놔눴다. 그러다 보니 하늘이 점점 붉어져왔다. 내가 다시 국민일출포인트 이야기를 꺼내 일단 정상주차장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행사장 오른쪽길 = 정상으로 향하는 길
행사장 기준 왼쪽길 = 제2 철쭉 군락지 & 국민일출포인트
그러다가 그냥 자리 깔고 앉아 요기를 좀 하고 있으니 점점 더 밝아지더니 해가 떠올랐다. 정상주차장 위 행사장에서 보는 일출도 나쁘지 않았다.
4. 황매산 주차요금 (성수기)
처음 접한 정보로는 기본료가 4천 원에서 5천 원으로 오른 것은 캐치했다. 그래봤자 전날에 가도 만 몇천 원 나오겠거니 했는데 성수기에는 기본료 이후에 붙는 가산요금이 1천 원에서 2천 원으로 상향되었다. 결국 주차요금은 23,000원을 내야만 했다. 원래는 축제를 더 즐기려 했는데 주차요금 압박에 서둘러 나왔다.
오토캠핑 이용객에게는 주차확인증이 주어지는데 이게 딱 24시간만 빼주는 건지 확실하진 않지만 가능만 하다면 오토캠핑 예약하는 게 성수기에는 거의 차이가 없어서 이득으로 보인다.
이번 여행을 평가하자면
급하게 찾아보긴 했지만 제법 즉흥적으로 떠난 별 보기 여행. 처음으로 차에서 세 명이 같이 자본 여행. 별이 생각보다 덜 보여서 아쉬웠지만 날씨가 따뜻해서 좋았던 날. 하늘에 북두칠성이 뚜렷하게 보이고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며 와! 하고 탄성을 질렀던 기억이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사람이 너무 많은 곳은 좀 꺼려해서 축제는 보통 조금 일찍이나 늦게 즐기는 편인데 이번에도 맛보기로 잘 즐기고 왔다.
특별히 지역 먹거리를 즐기진 못했고 일출 보고 미지근한 물에 컵라면이 덜 불어 딱딱했지만 맛있게 다 먹었다.
카메라 특화 기종이 아님에도 갤럭시 야간모드로 손각대로 찍은 밤하늘도 제법 그럴싸했다.
언젠가는 사진에 공을 더 들일수 있는 날도 오겠지만 그땐 아이가 훌쩍 커버려서 아쉬움이 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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