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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가족 / 퓨처셀프, 벤저민 하디

by 허니꿀 2024.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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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하디의 퓨처셀프를 읽고 나서 조금은 나아진 나를 만나고 있다. 스터디언 유튜브 강의도 들었고 신박사가 내도록 이야기하는 게 '너무 가독성이 좋은 책이다, 대국민 필독서이다'였지만 내게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옆사람과 같이, 같은 책 읽기

아들 셋 서울대 보낸 한 엄마는 지적허영이 있어서 평소에 책읽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고 한다. 그 외에도 책육아 등이 한 때 유행했던 때도 있었다. 우리 집은 여전히 책육아 비슷한 것을 하고 있지만 사실 쉽지 않다. 난 책을 그래도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요즘은 유튜브, 게임, SNS등 빠져들만한 것들이 (시간 소모용) 너무나도 많다. 

 

아이에게 책읽는 모습 보여주는 게 이렇게나 힘든 거구나 하고 느끼고 있다. 그나마 만화로 나온 도서를 접하게 되면서 독서량이 조금 올라갔지만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고 내가 더 많이 보여줘야 아이도 책에 빠져드리라. 

 

그렇게 우리는 아이에게 그리고 우리 스스로가 책을 더 많이 읽기 위해 '같은 책 같이 읽기'를 시작하였다. 지금까지는 서로 관심사에 따라 각자 읽고 싶은 것을 읽어왔고 그중에 느낌 온 것들은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에는 같은 책을 두권 구해 같이 읽어나갔다. 

 

퓨처셀프

책장에 책들이 꽂혀 있다. 퓨처 셀프가 4권이 연달아 꽂혀 있다.
퓨처 셀프

 

벤자민 하디의 책 퓨처셀프가 그 첫번째 함께 읽기 책이다. 책에는 많은 인용구들이 나오고 그중 내가 제일 잘 알만한 사람은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빅터 프랭클이었다. 유대인이었던 박사는 아우슈비츠에서 3년을 보내며 가족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열망과 쓰다만 책을 마저 쓰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살아남았다.

 

퓨처셀프는 '미래의 나'라는 뜻으로 self라는 단어는 우리나라에서는 '물은 셀프'가 너무 익숙하다 보니 '나'라는 의미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퓨처아이(future I)가 맞는 거 아닌가 하고 self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명사] 모습, 본모습 / 자아, 자신이라는 뜻이었다. 하하! 물은 셀프, 셀프 바라는 단어가 얼마나 self라는 단어를 하찮게 만들어 놨는지..

 

빅터 프랭클 박사가 말한 희망이 벤자민 하디 박사는 확고한 목적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했고, 아니지 둘 다 같은 말을 했다. 목표를, 미래를 잃은 사람의 눈은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결말도 거의 비슷했고.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

어째 보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은 단순 명료하다. 오히려 너무 많은 사례와 인용구가 나와서 나 같은 경우에는 읽는 게 조금 힘들었다. 내가 지금 어디를 읽고 있는지 계속 앞의 목차로 돌아가 확인해야만 했다. 

(반면에 나랑 같이 독서를 시작한 사람은 꼼꼼하게 포스트잇까지 붙여가며 너무 재밌게 읽었다고 했다.)

 

현재의 나가 힘든 이유는 현재 내가 무엇인가를 잘못한 결과가 아니라 과거의 내가 한 게 현재에 발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현재의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미래의 나에게 영향을 끼친다. 아니, 영향을 끼치는 정도가 아니라 고스란히 다 받아들여야만 한다.

 

대표적인 게 자산, 건강, 성취도 등이 있다. 난 이 부분에서 조금 어려움을 겪었다. 스터디언 신박사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했다. 한때 유행했던 '카르페디엠! 현재를 즐겨라!' 즐겨라는 너무 자의식 충만한 해석이고 현실에 충실하라는 말이다. 미래의 나에게 자산과 건강을 넘겨주기 위해 지금 당장 참고 살으란 말이야!? 그럼 카르페디엠은?

 

여기서 함께 읽고 그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값진 시간이 될 수 있다고 느끼게 되었다. 내가 이런 의문에 휩싸여 있을 때 퓨처셀프를 너무 재밌게 읽은 옆사람이 '나 같은 사람 부류들' 이론을 펼쳤다.

무슨 말인고 하니, 현재에 제법 만족하는 사람들, 딱히 불만이 없고 무엇인가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그냥 그대로 살아도 되지 않을까. 미래의 나가 현재의 나 그대로여도 딱히 문제가 없는 것이다.

반면에 자꾸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 더 나아지고 싶은 사람, 가만있으면 불안한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확고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미래의 내 모습을 구체화해서 그 모습을 현재로 당겨와야 한다.

 

회귀물 소설, 웹툰 사실은 퓨처셀프?

내가 즐겨보는 오락거리 중에 웹툰이나 웹소설이 있다. 여기도 흐름이란 게 있는데 한때는 게임판타지가 유행하다가 언제부터는 회귀물이 유행했다. 지금도 두 장르는 꾸준히 나오는 듯하다. 회귀. 얼마나 짜릿한 일인가. 물론 힘들었던 시절로 돌아가라고 하면, 특히 남자들의 경우 군대 훈련병 시절로 돌아가라고 하면 조금은 망설일지도 모르지만 과거로 돌아가 내 잘못을 바로 잡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내용은 누구나 가슴 설레게 한다. 

 

이걸 나에게 조금 건설적인 방향으로 생각해 보자. 왜? 현실적으로 과거로 회귀하는 건 매우매우매우매우 힘든 일이니까.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회귀자를 위해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럼 15년, 20년 후의 나를 생각해보자. 잘 살고 있는가? 아님 피폐한 삶을 사는가? 건강은 어떠한가. 주위 사람과는 잘 지내고 있는가. 부모님은 여전하신지, 말썽꾸러기 자녀는 여전히 장난을 좋아하는지. 한번 생각해보자.

 

그 20년 뒤에 내가 지금 회귀해서 내 몸에 들어왔다.

어떤 느낌이 드는가? 현재의 내가 그토록 돌아가고 싶어 했던 과거만큼 미래의 나 또한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을 것이다. 지금이다. 지금 회귀했다. 2024년의 나지만 2044년의 내가 20년의 세월을 넘어 현재로 왔다. 

한 번씩 너무 그리워 울게 만들었던 부모님이 아직 옆에 있고 성인이 되어 대면대면하게 지내던 아이가 엉겨 붙으며 놀자고 한다. 아직은 먹고살만하고 건강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 숨 쉬고 있다. 내 발로 걸어 다닐 수 있다.

이렇게만 생각하면 너무 짜릿하지 않은가? 이게 퓨처셀프의 묘미이다.

 

자 그럼 여기서 벤자민 하디 박사가 말한 미래의 나를 위한 솔루션을 보자. 현재의 나나 미래의 나나 나는 나이다. 과거의 나를 돌이켜보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생각과 사고방식,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다, 미래의 나는. 그래도 나는 나이고 자존감이나 자존심이나 자애감이나 뭐가 됐든 간에 나는 나를 사랑해야 한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듯이다. 미래의 나이지만 나는 나를 위해 기꺼이 무엇인가를 해줄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더 건강하게 먹고 운동하고 책을 읽고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뭐든 미래의 내가 더 좋은 모습으로 살아가게 도움 되는 삶을 살 수 있다. 

 

현재를 더 즐기고 싶고, 더 '마음대로' 살고 싶은 마음에 대해 내가 고민하자 같이 책을 읽은 이가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었다. 목표가 뚜렷한 사람들, 퓨처셀프를 불러들인 사람들, 미래의 나를 명확하게 그려본 사람들에겐 그게 즐거움이라고. 뭐? 현재의 내가 더 노력하고, 더 아끼고, 더 건강하게 살아가면 미래의 나는 확연하게 좋아질 거고 그걸 이루어 가는 과정 자체가 즐거운 거라고. 현재에 느끼는 도파민 뿜뿜 뿜어져 나오는 행위와는 즐거움의 정도 차이가 있겠지만 목표를 달성해 나가면서 혹은 목표를 달성했을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 또한 짜릿할 것이다.

카르페디엠 또한 퓨처셀프를 직시한 상태에서 현재에 충실하자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퓨처셀프를 만나는 게 쉬운 게 아니다

난 아직 제대로 된 퓨처셀프를 만나지 못했다. 그려보지도 못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소소한 변화가 생겼다. 현재 내 상황을 바꾸기 위해 방법을 찾아봤다. 일단 경기장에 들어가야 한다.  조금 더 명확한 미래의 나를 만난다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당장은 조금 가까운 미래의 나를 위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48시간을 들여 50만 원이 생기는 일이 있는데 48시간을 일하듯 몰두해서 내 퓨처셀프에 더 도움 되는 일을 한다면 어떤지 대조해보고 있다. 이 또한 함께 책을 읽은 사람이 말해준 것이다. 당장 돈이 생기는 일을 하려고 했더니 그 시간을 조금 다르게 써보면 어때? 하고 조언해 주었다. 

물론 쉽지 않다. 사람에겐 당장 필요한 것들이 있다. 그걸 제쳐두고 미래의 나만을 위해 살 수 있을까? 이 또한 내가 퓨처셀프를 잘 못 받아들여서 생기는 의문인듯하다.

 

추가로 퓨처셀프를 읽으며 떠오른 것들로 인터스텔라의 'STAY!'장면과 양자물리학, 시크릿 등이 있다. 마블에 유행하고 있는 멀티유니벌스 개념도 같이 생각해 보면 재미를 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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