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알바를 시작하면서 셔틀버스를 탔었는데 아무래도 셔틀버스다 보니 택시처럼 내가 원하는 곳에서 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출, 퇴근을 같이 생각해야 하고 내려서 또 시내버스를 탄다면 왠지 아까운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한동안 (지금도) 내 당근 알림에는 전기자전거가 지워진 적이 없었다.
전기자전거를 살 때 체크할 점
그렇게 눈으로만 쇼핑을 하며 각 자전거의 스펙을 확인하다 보니 몇가지 나만의 기준이 생겼다.
새것 같은 중고
자동차도 마찬가지지만 사는 그 순간 중고가 되고 중고가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떨어지게 되어 있다. 전기자전거도 마찬가지로 당근에 올라온 매물들은 보면 거의 대부분 원래 가격의 60~70% 정도 선으로 판매되고 있다. 더 낮게 판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브랜드와 상태에 따라 다르다.
운행거리
내 눈에 들어오는 건 그 중에서도 500km 이하로 주행했고 타이어 상태가 거의 새것 같은 자전거였다. 전기 자전거의 경우 정비가 일반 자전거보다 까다롭다. 그래서 한동안은 타이어 교체 같은 사소한 정비도 신경 안 써도 될만한 물품을 찾게 된다.
구입시기
구입시기는 최근과 가까울수록 당연히 좋겠지만 2~3년 된 매물들도 많이 올라왔다. 전기자전거도 2~3년을 일반적으로 탄다면 배터리 상태가 많이 나빠져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도 2년이 넘어가면 충전해 줘야 하는 횟수가 늘어나듯 전기자전거도 관리가 정말 잘 된 경우를 빼놓고는 2년이 넘어가는 건 피하는 게 좋다.
접이식 유무 (개인적으로 접이식 X)
보통 길에서 보이는 전기자전거는 자전거 + 오토바이, 일명 자토바이처럼 생긴 것 외에는 접이식을 많이 접한다. 미니벨로 형태가 많은데 디자인 면에서도 접이식 미니벨로 형태가 이쁘다. 하지만 일반 자전거에 비해 전기 자전거는 요철에서 아무래도 더 빠르게 지나간다거나 자체 무게도 조금 더 나가기에 프레임이 충격을 더 많이 받는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제조사 할 것 없이 접히는 부분에서 프레임 절단 사고 후기가 더러 보였다. 전체적인 모수가 부족해서 인지 삼천리는 아직 그런 사고 내용을 못 보긴 했다.
그래서 기왕이면 접히는 게 아닌 조금 시장 자전거 스타일의 일체형 프레임을 선호하게 되었다.
배터리 용량과 장착 방식
매번 새 기종의 폰이 출시될 때마다 전작에 비해 어떤 점이 더 강력해졌는지를 어필하곤 하는데 빠지지 않는 점이 배터리 용량이다. 용량이 커야 이용가능 시간이 늘어난다.
배터리 용량
최소 10A나 14A 정도 이상은 되어야 PAS모드든 쓰로틀 모드든 탈만해 보였다. 왕복 30km 정도는 탈 수 있을 것. 용도에 따라 용량을 선택하면 되는데 용량이 커지면 무게가 늘어나는 단점은 있었다.
배터리 장착 방식
가끔 안장이나 프레임 일체형처럼 제작된 배터리가 있는데 보기에는 깔끔하지만 이런 형태는 충전에 어려움을 겪는다. 거추장스럽게 생겼더라도 주로 사각형인 배터리를 넣었다 뺐다 하는 방식이 나아보인다.
브레이크 / 기어 유무
브레이크는 기왕이면 디스크 브레이크가 드럼에 비해 제동력에 이점이 있기에 추천된다. 또한 오르막을 오를 때 도움을 받거나 혹시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도 탈 수 있게 기어 변속이 가능한 게 선호된다.
그 외 고려할 점들
부자재
난 가끔 책도 싣고 해야 하기 때문에 바구니나 짐칸이 있는 걸 선호한다. 미리 설치된 매물을 찾는 중인데 그렇지 않을 경우 추가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쓰로틀 (전기의 힘만으로 앞으로 가능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 헬맷이 필수이기에 헬맷이나 도난방지 잠금장치, 스마트폰 거치대 등이 구성품에 들어있다면 금상첨화이다.
A/S 가능 여부
전기자전거는 수리가 까다롭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공임을 주고 고쳐야 한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수리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제대로 A/S가 안 되는 곳도 많고 무거운 자전거를 택배로 보내서 수리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타다 보면 자가 수리 쪽으로 가게 되는 듯 하지만 최대한 A/S가 가능한 브랜드를 고르는 게 초반에 도움이 될 것이다.
공유자전거
처음에는 나도 킥고잉이나 지쿠 같은 공유 전기자전거를 이용했다. 처음 세 번 무료, 할인 쿠폰 등을 활용하여 저렴하게 이용했으나 그 기간이 지나고 조금 장거리를 달렸을 땐 거의 택시비만큼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보고 생각을 접었다. 주기적으로 타야 하는 입장이라면 한 번에 목돈이 나가더라도 전기자전거 구매가 답이었다. 다만 도난이나 보관문제, 앞서 말한 A/S문제, 제법 높은 금액대가 선택을 망설이게 한다.
구입하기 전에 체험용으로 타보는 정도가 딱 좋다. 가끔 중고거래 시 시승도 하게 해 준다는 판매자도 있긴 하지만 초보자라면 적응에 시간이 조금 걸린다.
전기차 화재 이슈와 보험
근래에는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로 큰 피해가 발생해 전기차 찬반 논란까지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기자전거도 충전 시나 보관 시에 항상 화재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또 조심해야 한다. 도난 방지나 충전의 문제로 집 안에 두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보험
조심해서 잘 탄다고 해도 사고는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럴 경우 고려해야 하는 점도 있다. PAS방식 즉 내가 직접 발로 페달을 밟아야 도움을 주는 방식은 만약 사고가 나더라도 보험 중에 들어있다면 일상배상책임을 적용할 수 있다. 자전거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쓰로틀 (당기면 앞으로 가능 방식)의 경우 개인 이동식 전동장치로 분류되어 일상배상책임으로 보험처리를 할 수 없다.
이렇게나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아 나도 아직 당근 알림만 설정해 두고 딱 맘에 드는 매물은 찾지 못하고 있다. 아! 그리고 미리 뒷 짐칸을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안장으로 만들어 출시된 자전거도 있지만 전기자전거는 특히 더 프레임 하중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잠깐이라면 몰라도 지속적으로 무거운 짐을 싣거나 무게 있는 사람과 함께 타면 프레임도 무리 가고 모터도 빨리 맛이 간다. 이 또한 고려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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