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역사에 관심이 많아진다. 학창 시절 달달 외웠던,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외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 태정태세문단세.... 지금껏 흥미로만 봤던 영화도 생각해 보니 다 역사의 한 장면이었다. 영화를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 역사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조선은 태조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으로 고려 왕조를 끝내고 세운 나라로 519년, 27명의 왕이 있었다. 그중에서 제일 유명한 왕을 뽑자면 역시 세종대왕일 것이다. 세종대왕을 다룬 드라마는 한석규 주연의 '뿌리 깊은 나무'가 있다. 기억하기로 배우 조진웅이 이 드라마에서 특히나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 그 뒤로 인기가도를 달리게 됐지 싶다.
드라마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오늘 다루고 싶은 이야기는 역사, 그 중에서도 왕이 중심이 되는 영화이다.
그전에 먼저 기억력 테스트. 조선 왕조를 순서대로 읊어보자.
태정태세문단세예성연중인명선광인효영숙경영정순헌철고순종
혹시 끝까지 기억했는가? 예종이나 선종에서 멈칫했다면 매우 정상이니 걱정하지 말자.
세종대왕에 대한 영화는 <천문>이 있지만 이는 세종대왕과 장영실에 관한 내용으로 인기로 치면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가 유명하다. 이 세종대왕은 태종 이방원의 셋째 아들로 왕이 되었다. 그 뒤를 이은 게 문종인데 문종은 병약했다고 한다. 결국 2년 몇 개월 만에 세상을 떠나고 아들 단종에서 왕위를 물려주게 된다.
영화 <관상>
문종에서 단종으로 이어지는 시기를 배경으로 나온 영화가 바로 영화 <관상>이다. 송강호 주연의 영화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정재가 맡은 수양대군의 등장 신을 하이라이트로 꼽는다. 2030 부산 엑스포 홍보대사로도 활동 중인 이정재는 이번에 오징어 게임으로 에미상 남우주연상 수상까지 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정재가 맡았던 수양대군이 바로 세조이다. 세조는 세종대왕의 아들이자, 문종의 동생이고 단종의 삼촌이다. 세조는 계유정난으로 단종을 폐하고 왕위에 오르는데 이 계유정난이 독특하다. 보통 무엇 무엇의 난이라고 하면 그 시기에 일어난 사건 혹은 누군가가 일으킨 사건을 뜻한다. 하지만 계유정난은 사건의 주체가 수양대군인데 정난 즉, 계유년 발생한 사건을 수양대군이 정리했다는 뜻이다. 역시 역사는 승리한 자의 것이다.
공부가 부족한 탓이겠지만 관상을 재밌게 봤을 당시만 해도 수양대군이 누군지, 이름은 들어봤어도 역사적 위치가 어디쯤인지 전혀 모르고 봤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관련 지식이 쌓여 역사에 관심도 더 깊어진다.
영화 <왕의 남자>
연산군과 김처선에 관한 이야기는 다른 포스팅에서도 다룬 바 있다. 이 시기를 다룬 영화 중에 제일 유명했던 건 역시 이준기 주연의 <왕의 남자>이다. 2015년도에 나온 <간신>도 있다.
연산군은 조선 최초로 중종반정으로 폐위되는데 무오사화와 갑자사화 등 최초의 사화 발단이 되었다. 이후 붕당 정치, 당파 대립이 심화되어 병자호란, 임진왜란 등이 발생하게 된다.
세조를 왕으로 만든 핵심인물인 한명회는 연산군 때 생모 폐비 윤씨와 관련된 죄목으로 부관참시당했다.
영화 <광해>
광해군은 연산군처럼 인조반정으로 왕위에서 물러나게 된다. 광해군이 왕위에 오르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이 꼬투리가 되어 반정이 일어났지만 조선왕조에는 예전에도 있었던 일들이었다. 전형적인 붕당정치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광해군 하면 폭군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임진왜란 당시 도망 다니기 급급한 모습을 보였던 선조에 비해 각지를 돌아다니며 민심을 수습하고 군사를 모집하는 활동을 했다. 왜란 후에 오히려 선조의 견제를 받았다니 참으로 답답했을 것이다.
이병헌 주연의 <광해>는 짧은 기간을 다루고 있는, 당시에 있었을 법한 내용의 영화이므로 역사적 내용은 적다.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
영화로만 이야기를 이어가려 했지만 숙종에 이르러서는 드라마가 주를 이룬다. 장옥정, 장희빈은 내가 어릴 때부터 TV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내용이었다. 역대 장희빈 계보까지 있으니 말 다 했다. (참고로 지금까지 9명의 장희빈이 있었다고 한다.) 9대 장희빈은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 나온 김태희이다. 이 드라마는 역사적 관점에서 보기에는 좀 부족하지만 제일 최근의 드라마라 소개하게 되었다.
숙종은 절대왕권으로 기억된다. 또한 인현왕후, 장희빈, 숙빈 최씨라는 세 여인 (인경 왕후까지 생각하면 네 명)과의 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숙종과 장희빈 사이에서는 경종이, 숙빈 최씨에게서는 영조가 나온다.
숙종과 장희빈에 관한 드라마는 여러 편이 있을 정도로 다룰 내용이 많으므로 숙종, 경종, 영조, 정조는 다음에 다시 다뤄보고자 한다.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숙종을 연기한 배우 유아인이 영화 <사도>에서는 한 여름에 뒤주에 갇혀 죽는 비운의 사도세자 역을 맡았었다. 할아버지 역과 손자 역을 같이 연기해 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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