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베란다가 거의 없는 구조의 집에 살 때는 건조기가 필수였는데 생각보다 옷감 손상도 있고 덜 마르는 부위도 있어서 이사하면서는 건조기는 제외시켜 버렸었다. 근래에 미세먼지, 황사가 극심해 문을 못 열어 놓다 보니 건조기 생각이 다시금 났다. 그런데 브랜드가 다르면 설치가 불가능하다?
1. 건조기의 필요성
건조기가 식세기와 함께 혼수 필수품에 들어갈만큼 유용하다는 건 써봐서 알기는 하지만 몇 가지 단점도 분명 존재했다. 건조 시간, 소음, 전기사용 증가, 고온 다습한 주위 환경, 옷감 손상, 사용 기간이 오래되면 왠지 냄새도 좀 나는듯함 등등..
그럼에도 왜 건조기를 다시 생각하게 됐냐하면 바로 미세먼지와 황사 때문이다. 미세먼지 어플에서 방독면이 뜨고 재난문자가 날아올 때는 도저히 창문을 열어둘 수 없었다. 베란다가 안방과 연결된 구조다 보니 환기를 위해 열어두면 그 미세먼지가 안방으로 고스란히 다 들어오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극심한 미세먼지가 아니더라도 조금 나쁨, 매우 나쁨일때도 외출을 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경우 빨래만으로 초미세먼지들이 제거가 잘 되는지 의문스러웠고 건조기를 통해 한 번 더 먼지를 털어주는 효과를 기대했다.
1-1. 건조기 브랜드 선정
건조기를 사는 사람은 보통 삼성이나 LG중에 선택하거나 대를 이어 물려줄수 있다는 밀레를 검색해 보거나 혹은 미디어, SK매직 등의 제품을 생각하게 된다.
백색가전은 LG라는 오래된 프레임 (LG가 장사를 잘했다고 본다)에 갖혀 웬만한 가전은 LG로 세팅이 되어있지만 건조기만은 고민이 되었다. 요즘은 해당 이슈가 잘 해결됐는지 모르겠지만 수년 전에는 배수 관련 이슈가 있어서 사용자나 AS기사나 힘든 시기를 겪었었다.
주위에 실사용으로 LG건조기를 쓰는 사람은 별 문제없이 잘 쓰던데 당시에는 왜 그렇게 문제가 됐던 건지. 어쨌거나 건조기는 삼성 제품을 쓰기로 했고, 용량이나 가격적인 메리트가 잘 맞았서 최종 결정을 하게 되었다.
2. 타사 브랜드 직렬설치 불가
띠용~ 이게 무슨말인가. 예전에 잠깐씩 찾아볼 때 비슷한 내용을 확인하긴 했었지만 다시금 충격적이었다. 같은 회사 세탁기, 건조기가 아니면 직렬로 올릴 수가 없고 앵글을 설치해야 하는데 앵글을 튼튼하게 고정하기 위해 벽에 구멍도 뚫어야 한다고 했다.
심지어 내가 어떻게든 해보고 싶어도 세탁기 (보통은 세탁기가 아래쪽) 위에 올리는 직렬키트는 AS기사가 출동하는 경우에만 살수 있었다. 안전상의 이유라고 하니 납득할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브랜드 간 호환을 막는 수법으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래위 브랜드가 다른경우 앵글을 설치하는데 비용은 그렇다 쳐도 미관상 별로고 공간도 많이 차지했다. 기사님도 벽에 타공까지 하고 싶겠냐마는 그게 FM이니 구멍까지 뚫어서 고정해야 하니 3중으로 싫었다.
나뿐만 아니라 앵글을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이 같은 의견이었다.
2-1. 직렬키트로 검색해서 대체품을 찾다
인터넷에는 이미 여러종류의 대체품들이 존재했다. 모양을 좀 더 보기 좋게 만든 순정보다 더 비싼 앵글도 있었고 심지어 인기도 많았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아니었다. 난 무조건 직렬로 올려서 깔끔하고 공간활용이 좋으며 튼튼하기를 원했다. 그러다가 한 유튜버가 다른 브랜드끼리 직렬로 올려서 사용한 후기를 보게 되었다. 해당 유튜브에서는 심지어 트레이더스 혹은 코스트코에서 세탁기에 딱~ 맞는 식탁을 구매, 다리 부분을 분해해서 그 위에 건조기를 바로 올려서 사용했다.
심지어 별다른 고정도 없이 무탈하게 수개월째 건조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나도 용기를 얻어 고정 안하고도 쓰는데 조금이라고 고정장치가 있는 거라면 더 안전하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검색, 딱 좋은 제품을 발견했다.
주의할 점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세탁기 용량이 어느 정도 돼서 안정감 있게 밑에서 버텨줄 수 있어야 한다. 위에 올라가는 건조기는 그보다 작거나 비슷한 규격이어야 한다. 가분수 설치는 생각도 할 필요 없다.
설치 난이도 자체는 매우 쉬움인데 공간에 따라 난이도 차이가 발생한다. 그리고 난 9kg용량의 작은 건조기를 올리기로 해서 고정되는 부분이 앞쪽 두 곳뿐이지만 더 큰 용량은 네 곳을 다 고정하게 되어있다. (건조기 발을 잡아주는 구조)
처음에는 수평이 틀어질까 무서워 세탁기를 거의 움직이지 않고 키트를 설치해보겠다고 다이소에서 제일 작은 사이즈의 드라이버를 추가로 구매하기까지 했다. 옆이나 뒤쪽 벽에서 최소 10cm는 띄워져야 피스를 조을수 있다. 코브라처럼 휘어지는 플렉서블 드릴 키트를 써보려 했지만 이 또한 공간이 어느 정도 있어야 사용가능했다.
하지만 결국 가스계량기 때문에 세탁기를 옮길수밖에 없었다는 슬픈 결말.
건조기 설치 기사는 타사 제품일 경우, 그리고 나처럼 사제 키트를 사용하는 경우 설치를 안 해주기 때문에 직접 올려야 했다. 내가 궁금했던건 건조기를 올릴 때 어떤 파지법으로 어떻게 해야 잘 올릴 수 있느냐였는데 앞서 말한 유튜버도 올리는 장면은 편집처리 해놨었다. 그러고는 죽을뻔했다며, 쉽지 않을 나의 미래를 예고해 줬었다.
하지만 짠! 나도 올렸다. 혼자서는 절대 무리고 성인 남성 2인 1조 면 충분히 올릴만하다. 9kg짜리 용량이라 그나마 좀 쉬웠겠지만 큰 용량도 불가능한 작업은 아니라 본다.
공간 수납 선반
덤으로 옆에 남는 공간에는 수납 트레이를 하나 더 놓을 수 있었다. 앵글이었다면 저 공간이 거의 죽다시피 했을 것이다.
수평체크 필수
직렬키트 판매업체에서도 당부하기를 일단 설치가 끝나면 건조기가 잘 작동하는지 테스트해보라고 했다. 나도 두근거리는 마음을 뒤로하고 일단 파워 온! 오오~ 잘된다. 잘 돌아간다. 흔들림이나 잡소음 없이 잘 작동되었다. 간이 수평체크 도구를 같이 보내주기에 그걸로 세탁기와 건조기를 몇 번이나 확인하긴 했지만 웬만해서는 수평이 크게 틀어질 일은 없을 것이다.
AS시 문제는 없을까
제일 큰 고민은 역시 건조기나 세탁기 AS가 필요할 때이다. 선반의 경우라도 비슷하겠지만 브랜드가 다르고 자사 키트 혹은 선반이 아닌 경우 AS기사들이 현장에서 수리불가 통보를 할 수도 있다. 아예 접수할 때부터 안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 방법은 내 몸으로 때워야 한다. 올려놨던 건조기와 직렬키트를 다시 떼어내고 서비스를 받으면 된다.
회사 방침으로는 안되더라도 진~짜 마음씨 좋은 기사분은 살짝 도와줄 수도 있지만 일단 바라지는 말아야 한다. 그리고 자사 제품으로 연결된 경우에는 별 말없이 분리해 주는지는 모르겠다. 일단은 고장 없이 잘 사용하기를 바랄 뿐이다.
총평, 설치 난이도
다른 브랜드의 건조기와 세탁기를 구매할 예정이라면 추천할만한 제품이다. 받은 제품 그대로 올려놓고 미리 세탁기에 타공이 되어있는 구멍에 맞춰 피스로 고정해주기만 하면 된다. 공간이 좁으면 이 과정에서 손이 많이 힘들기는 한다. 웬만하면 세탁기를 조금 옮겨서 작업하고 다시 원래 위치로 돌려놓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나처럼 좁은 곳에서 힘들게 설치하고 위를 보니 다른 구조물이 걸려 다시 옮겨야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미리 건조기 사이즈를 줄자로 올려보고 작업하자.
제일 큰 난관은 역시 들어 올릴 때인데 손조심 허리조심 무릎조심해서 올리는 수밖에 없다. 난 필요 없었지만 당근이나 숨고 어플에서 건조기 옮겨주실 분하고 찾아보는 방법도 괜찮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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